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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에이지, 5번째 클로즈 베타테스트에 참여해보다.

아키에이지를 이번 5차 클로즈베타에 선정되어서 했다. 그동안 두어번 신청했던거 같았는데 모두 낚마했었다. 여하튼 이번 테스터가 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리니지를 만들었던 송재경이 이번엔 다르다며 광고하고 선언했던 자유도가 과연 어디에 있느냐였다. 


집을 짓고, 작물을 키우고, 물건을 만드는 것이 한국의 다른 게임들보다 아니 MMORPG들 보다는 나아보였다. 그런데 거기까지. 그냥 상대적으로 낫다는 것이지 뛰어나다고 할 수가 없었다. 


송재경은 아키에이지 기획을 발표하고 사람들에게 장담하길 기존 MMORPG에서 볼 수 없는 자유도와 시스템을 맛볼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문자 그대로 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광고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길 그렇게 알렸다. 그리고 한국 게임들의 식상함에서 벗어난 새로운 게임이 나올 듯이 이야기 했다. 테스트를 하는 유저들과 같이 만들어나간다고 했다. 


중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5차 테스트에서 보여지는 아키에이지는 다른 한국게임들 보다 조금 나을 뿐, 그가 꿈꾸었던 그리고 내가 상상했던 게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아마 그 이유는 유저들과의 대화 속에 원인이 있었던 것이라 본다.




나는 그가 말했던 유저들과 같이 말들어 나간다는 말이 굉장히 획기적이었지만,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봤다. 우선 옛말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즉, 많은 사람들이 한가지 뜻으로 뭉쳐서 목표를 달성하기란 여간 쉬운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그가 앞서 내세웠던 것은 기획자가 수많은 유저. 즉, 베타테스터들이었다. 


그들에 말에 의해서 변화한 그리고 송재경의 의지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 게임은 그렇게 기존 한국 게임들에 비해서 조금 나은 정도일 뿐이었다. 물론 한국 게이머들의 대중적인 성향과 투자한 돈 주인들의 의지에 의해서 그 이상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나한테는 그가 호언장담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게임이 나와 버려서 나같은 게이머(그가 수차례 강조한 자유도와 차별화된 생활 컨텐츠에 관심이 있어 접한 사람)들은 또 한 번 실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키에이지 자유게시판(열린게시판이라 쓰여있는)에 가보면, 어디가 자유도냐며 투덜대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있다. 그들 다수는 송재경의 인터뷰와 이런저런 광고에 의해서 테스트에 참여하게 된 사람들이다. 공통적으로 이들이 들고오는 문제점은 "전투하지 않아도 게임 속 생활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생활 컨턴츠 뿐 아니라 여타 다른 컨텐츠가 많다고 했는데 그것들이 어디갔느냐" 였다. 


즉, 처음부터 생활쪽 컨텐츠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것은 없었다는 말이다. 




생활 컨텐츠만을 즐기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을 위한 설명(튜토리얼 퀘스트)이 전무하다 싶이했고, 일정 레벨을 올려야만 생활에 눈을 뜰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 이들의 정확한 비판점이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동안 여타 MMORPG에서 보았던 전투를 중점적으로 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다. 만약 하게 된다면, 생활 컨텐츠를 즐기다가 부가적인 것으로 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키에이지는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첫 시작하는 퀘스트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배려가 없었다는 것이다. 


게임을 몇번 해보고 좀 아는 사람들만이 퀘스트에 연연하지 않고 바로 생활퀘스트에 매진하고 있을 뿐,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무작정 처음 시작하는 퀘스트를 따라가다가 어느새 전투와 사냥만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실망하게 될 뿐이다. 


비록 레벨 20쯤 다달아서 제대로 된 생활 퀘스트를 만나기는 하지만 이 게임을 접해서 렙 20을 달성하는 시간이라는 것이 하루 5~6시간씩 즐기는 유저들을 기준으로 바라봤을 때 2~3일 정도가 걸리는 것을 감안한다면, 너무 늦은 출현인 것만은 확실하다. 일반적으로 다수 유저들은 처음 접하는 3~4시간 동안 게임을 모두 알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결국 게임에 애정을 가지고 남게 되는 사람들은 생산보다는 전투에 특화(?)된 사람들이 대다수를 이루게 된다. 생활 컨텐츠에 특화된 사람들은 소수로 남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덕분에 자유게시판에서도 생활 컨텐츠에 대한 이야기보다 전투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오가게 되고 생활 컨텐츠에 관한 이야기는 드물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실망을 했지만 그래도 한편 기대를 하고 이렇게 떠들어 대는 이유는 그동안 나왔던 한국 MMORPG보다는 나은 상황이고, 그들도 투자받은 돈에 대한 값을 해야되기 때문에 지금 만들어진 모습이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개선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다만 송재경을 선두로한 XLgames가 끌어 안고싶어했던 이들(생활컨텐츠를 즐거기 싶어하는 유저)을 위한다면, 최소한 게임을 소개하는 퀘스트를 통해서 생산쪽 컨텐츠를 즐기고 싶어하는지 혹은 전투 쪽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유저들에게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들이 언론을 통해서 계속 내뿜었던 이야기들이 주로 생활 컨텐츠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지만, 여기에 커다란 딜레마가 있다. 만약 생활컨텐츠가 강화되면 다수 유저에게 외면을 받을 것이고, 전투컨텐츠가 강화된다면 다수 유저는 얻을 수 있지만 여전히 다른 한국 게임들과는 다를바 없다며 욕을 먹고, 그동안 송재경이 외쳐왔던 말 모두가 거짓이 되어 사람들을 낚은 개발자가 되어 이후 그의 이름만 듣고 게임을 접하려 하는 사람들은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전체적으로는 생활컨텐츠보다 전투에 치우쳐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5차 클로즈베타는 생활컨텐츠를 좀 더 강화하고 많은 실험을 위해서 4차에서 활발하게 이뤄졌던 공성전 등의 전투 컨텐츠를 제외 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생활 컨텐츠 보다 전투 컨텐츠가 더 강해보이는 것은 분명 생활과 전투간의 균형의 추가 전투쪽으로 많이 기울어져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본다. 


나는 그들이 이 두마리 토끼에 대한 균형을 좀 더 맞췄으면 한다. 물론 생활 컨텐츠를 추가시키고 보강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안다. 어쩌면 기존 시스템을 뒤집어 엎어버릴 상황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상태로 계속 진행이 된다면, 결국 다른 한국 게임들과는 별반 차이 없는 돈만 많이 들어간, 그렇고 그런 게임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 상태로 오픈이 된다면, 초반 오픈 특수라는 시간 동안 다른 유명 게임의 인기를 따라 잡을 수는 있어도 그것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진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전투를 중심으로 하는 유져들과 생활 컨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유저들 사이에 물건의 거래 속에서 그 해답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 균형의 추를 아키에이지가 찾아낼 수 있을까?